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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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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2095 작성일 2001-05-11 05:2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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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꼬마의말에 황당해하는 공자
작성자 필마단기
내용
위정자들이나 뭘 좀 잘안다는 분들이 꼭한번 읽어 볼만한
글인것 같기에 다산방 게시판에서 펐습니다

공자가 도를 펴기 위해 천하를 주유할 때 노나라 서쪽 지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하루는 제자들과 수레를 몰고 나가는데 길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그런데 한 아이만은 놀지 않고 있는 걸 본 공자가 그 아이한테 물었다.

"어찌하여 너만 홀로 놀지 않고 있느냐?"
"논다는 것은 유익함이 없습니다. 옷이 찢어지면 꿰매기 어렵고, 위로는 부모로부터
아래로는 문중에까지 욕이 미치며, 반드시 다투는 일이 발생하고, 수고로울 뿐 공이
없으니 어찌 좋은 일이겠습니까?"

아이는 고개를 숙인채 기와 조각으로 성을 쌓고 있는 것이었다.

공자가 꾸짖기를,"너는 어찌하여 수레를 피하려 하지 않느냐?"
"예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수레가 성을 피하는 것이지 성이 수레를 피한다는 말은
듣지 못햇습니다."

그러자 공자는 수레에서 내려 물었다.
"네 나이 아직 어린데 어찌 그리 거짓이 많으냐?"
"사람이 태어나 세 살이 되면 부모를 분별하고, 토끼는 난 지 3일이면 밭두둑을 달리며,
물고기는 난 지 3일이면 강과 호수에 노니는 것이 하늘이 낳아준 자연의 이치거늘 어찌
거짓이라 합니까?"

"네가 사는 곳은 어디이고, 성명은 무엇이며, 자는 무엇이냐?"
"제가 사는 곳은 보잘것 없는 시골이고, 성은 향이며, 이름은 탁이라 하고, 자는 없습니다."

"내가 너와 함께 유람하고 싶은데 네 뜻은 어떠냐?"
"집에 엄하신 아버지가 계시니 마땅히 섬겨야하고, 인자하신 어머니가 계시니 마땅히 봉양해야
하며, 어진 형님이 계시니 마땅히 순종해야 하고, 약한 아우가 있으니 마땅히 가르쳐야하며,
현명하신 스승이 계시니 마땅히 배워야 하는데 어느 겨를에 함께 유람하겟습니까?"

"내 수레 안에 바둑이 있으니 나와 바둑 한판 두어 보는 게 어떻겠느냐?"
"임금이 바둑을 좋아하면 나라를 다스리지 못하며, 대신이 바둑을 좋아하면 정사에 기강이
해이해지며, 선비가 바둑을 좋아하면 학문에 발전이 없으며, 소인이 바둑을 좋아하면 살림이
어려워지고, 하인이 바둑을 좋아하면 꾸짖음을 당하며, 농부가 바둑을 좋아하면 심고 거두는
때를 잃게 됩니다. 그러므로 바둑은 두지 않습니다."

"내가 너와 더불어 천하를 평정하고 싶은데 네 뜻은 어떠냐?"
"천하를 평정하기란 불가능합니다. 높은 산이 있고 깊은 강이 있으며, 지위 높은 왕이 있는가
하면 천한 노비가 있습니다. 높은 산을 평정하면 새와 짐승이 의지할 곳이 없으며, 깊은 강을
평정하면 고기가 돌아갈 곳이 없으며, 왕이 없으면 백성들의 시비가 많을 것이고, 노비가 없으면
군자가 부릴 사람이 없을 것이니 천하를 어찌 평정하겟습니까?"

"그렇다면 무슨 불에 연기가 없고, 무슨 물에 고기가 없으며, 무슨 산에 돌이 없고 무슨 나무에
가지가 없으며, 어떤 사람이 부인이 없고 어떤 사람이 남편이 없으며, 무슨 소가 송아지가 없고
무슨 말이 망아지가 없으며, 어떤 수컷이 암컷이 없고 어떤 암컷이 수컷이 없으며, 어떤 사람이
군자가 되고 어떤 사람이 소인이 되며, 무엇이 부족한 것이고 무엇이 넉넉한 것이며, 어떤 성에
저자가 없고 어떤 사람이 자가 없는 것을 네가 알겟느냐?"

"반디불에 연기가 없고 우물에 고기가 없으며, 흙산에 돌이 없고 고목에 가지가 없으며, 신선이
부인이 없고 선녀가 남편이 없으며, 흙으로 빚은 소가 송아지가 없고 나무로 만든 말이 망아지가
없으며, 어진 이가 군자가 되고 어리석은 이가 소인이 되며, 겨울에 태양이 부족하고 여름에
태양이 넉넉하며, 임금이 있는 성 안에 저자가 없고, 소인이 자가 없습니다."

"네가 천하의 기강과 음양의 시종을 알며, 어느 곳이 왼쪽이 되고 어느 곳이 오른 쪽이 되며,
무엇이 겉이 되고 무엇이 속이 되며, 무엇이 아비가 되고 무엇이 어미가 되며, 무엇이 지아비가
되고 무엇이 지어미가 되며, 구름은 어디로부터 나고 안개는 어디로부터 일어나며, 하늘과 땅의
거리가 몇천만 리가 되는 지 알겠느냐?"

"9*9=81수가 천지의 기강이 되고, 8*9=72수가 음양의 처음과 끝이 되며, 동쪽이 왼편이 되고
서쪽이 오른편이 되며, 밖이 겉이 되고 안이 속이 되며, 하늘이 아비가 되고 땅이 어미가 되며,
태양이 지아비가 되고 달이 지어미가 되며, 구름은 산을 좇아 나오고 안개는 땅으로부터 일어나며,
하늘과 땅의 거리가 천천만만여리가 되니 동서남북이 그 가운데 있습니다."
공자가 말하기를, "너는 부모가 더 친하다고 말하겠느냐, 아니면 부부가 더 친하다고 말하겠느냐?"
"부모가 더 친하고 부부는 친하지 못합니다."
"부부는 살아 있을 때 한 이불 속에서 잠을 자며 죽어서는 같은 무덤에 묻히는데 어찌하여 친하지 않다 하느냐?"
"사람이 아내가 없는 것은 수레에 바퀴가 없는 것과 같아서, 바퀴가 없을 땐 새것으로 바꿀 수 있듯이 아내가
죽으면 다시 장가 들 수 있습니다.
열 칸 되는 큰 집에 대여섯개의 창문이 있다 한들 한 개의 큰 문이 있는 것만 못하고, 뭇별들이 아무리 반짝인들
외로운 달빛만 못하듯이 어찌 부모님의 은혜에 비할 수 있겟습니까"

공자가 감탄하여 할말을 잃고 '어질다'는 말만 연발하고 있는데 아이가 말했다.

"지금까지는 선생님의 물으심에 제가 대답하였지만 앞으로는 제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고자 하오니 청하건대
거절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오리는 어찌하여 물에 잘 뜨고, 기러기는 어찌하여 잘 울며, 소나무는 어찌하여 겨울에도 푸릅니까?"
"오리가 물에 잘 뜨는 것은 발이 모지기 때문이고, 기러기가 잘 우는 것은 목이 길기 때문이며, 소나무가 겨우내
푸른 것은 속이 굳기 때문이다."

"아닙니다. 그렇다면 고기가 물에 잘 뜨는 것이 어찌 발이 모지기 때문이고, 개구리가 잘 우는 것이 어찌 목이
길기 때문이며, 대나무가 겨우내 푸른 것이 어찌 속이 굳기 때문입니까? 또 묻겠습니다. 하늘에 널려 있는
별들은 몇개나 되겟습니까?"
"물을 테면 땅에 있는 것이나 물을 것이지 왜 하필 하늘에 있는 것을 묻느냐?"

"그러면 땅 위에 있는 가옥은 모두 몇 채나 되겠습니까?"
"눈앞의 일도 많은데 하필이면 하늘과 땅을 논하려 하느냐?"

"만약 눈앞의 일을 논한다면, 눈과 제일 가까운 눈썹 수는 몇 개나 되는지 아시겠습니까?"
이에 공자는 대답하지 못하고, 놀라는 듯 미소를 지으며 제자들을 돌아보며 "후생가외(後生可畏)"라, 즉 후배가
두렵다고 하며 수레에 올라 총총히 떠났다고 한다.

註) 이 이야기는 세상에 도를 펴기가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일깨워 주기 위한 신령의 화신이 나타난 것이라는
이야기이고 보면, 무엇을 안다고 할 수 있으며 또 안다고
하는것이 얼마나 모르는 것인지 생각해 볼 수 있을 것
같기에 긴글을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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