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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725 작성일 2001-06-19 01:0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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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공직자는 천덕꾸러기 인가?
작성자 정치부 차장
내용
공직자는 천덕꾸러기 인가?


[편집국에서] 공직자 천덕꾸러기 만들어서야…

몇 달 전 일이다. 별 보고 출근해서 별 보고 퇴근하는 날이 많은 청와대의 한 직원은 출근하다가 기겁을 했다. 청와대 출입문에난데 없이 출퇴근 기록기가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웬 시대착오적인 짓이냐”는 직원들의 항의에 부딪쳐 그 기기는 하루만에 철거되고 말았다. 당시는 청와대 청소담당 직원이 억대의돈을 받았다고 해서 시끄럽던 뒤끝이라 청와대 측은 직원들의 기강확립을 절감하고 있었다.

그 기강확립조치의 하나로 출퇴근 시간이 철커덕하고 찍히는기기가 설치된 것이다. 하지만 70~80년대 제조업 작업장에서나 필요했던 출퇴근 관리 방식이 제조업 시대와는 전혀 다른 지식기반 강국 건설의 기치를내걸고 있는 청와대에 등장했으니 직원들이 아연해 할 만도 했다.

얼마 전 현충일에 골프 친 공직자 내사도 비슷한 발상이다. 공직자는 현충일에 골프를 쳐서는 안 된다는 것은 우리 사회에서 통용되는도그마다.

전국의 수 많은 골프장을 뒤져 징계대상으로 적발한 공직자는 100여명이었다고 한다. 이들을 일벌백계함으로써 공무원들의 흐트러진 기강을다잡는 본보기로 삼는다는 사정기관의 주장을 반박하기는 사회 분위기상 쉽지 않다.

그러나 찬찬히 따져보자. 적발된 공직자 중에 다수는 영관ㆍ위관급장교, 준사관 등 군 인사들이었다.

육군 항공작전사령부 소속 조종사와정비사 등은 비상 비행 대기 차원에서 골프를 쳤고 일부 장교들은 골프장 옆 골프연습장에 갔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공군 비행장이나 일부 군사령부에는 9홀 골프장을 만들어 놓고 있다. 늘 비상대기 상태인 조종사들을 위한 시설이거나 장교들의 영내대기 또는 체력단련을 유도하기 위한 시설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현충일에 골프를 쳐서는 안 된다는 도그마는 더 이상 통용될 수 없다. 현충일이라지만남성대 퍼블릭 골프장에서 9,000원을 내고 골프를 쳤다고 비난하는 것은 좀 뭐하다.

군 인사뿐만이 아니라 일반 공무원들의 적발 사례도 그렇고그렇다. 이런 것들을 적발하기 위해 총리실, 국정원, 경찰청이군 작전 하듯 합동으로 감찰활동을 폈다니 그 행정력 낭비는 얼마인가.

우리 공직사회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 아니다. 미국 MIT대학의 돈 부시 교수는 한 인터뷰에서 “한국의 관료는 한국경제에 부담만 주는 존재로 전락했다”면서 “2년마다 관료를 10%씩 줄이고 고시제도는 당장 폐지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종주국인 중국을 앞질러 세계에서 가장 잘 꽃피운 과거제도, 그 전통을 이어받은 고시제도,이를 바탕으로 한 현재의 공직사회가 우리 사회의 발전을 막고 있다는 것이다.

공직자들에게는 억울한 노릇이나 우리의 공직사회는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의약분업 사태, 공교육 위기 사태 등이 이를 잘 증명한다.문제는 방법이다.

출퇴근 시간을 엄격히 관리한다고, 현충일이나 왕 가뭄 속에서 골프 치는 공직자들을 적발한다고 공직사회가 변하지 않는다.

그런방법은 공무원들을 천덕꾸러기로 만들고 자존심을 상하게 해 스스로 변하려고 하는 작은 몸짓조차 막아 버린다.

공직자는 “이러이러해야 한다”는 식의 허위의식은 공직사회의 본질적 문제를 은폐하고변화를 가로막을 뿐이다.

이계성 정치부 차장 wk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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