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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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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575 작성일 2002-06-15 12:26: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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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천 비목마라톤 대회 참가기
작성자 김순홍
내용
화천 비목마라톤 대회

5시 50분에 아내와 함께 출발을 하여 화천의 붕어섬에 도착한
시간은 7시 40분 이였다. 붕어섬은 섬 모양이 붕어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 논 이름인데 내가 보기에도 붕어의 형상을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붕어섬은 온통 축제의 분위기였으며 하늘에는 애드벌눈이 떠 있고
섬 안에는 인공조형물들이 각가지 모양으로 장식되어 있어 방문한
사람으로 하여금 들뜬 마음을 가누지 못하게 했다.

이른 아침부터 베스 낚시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사람들이 섬 안을
가득 메웠으며 그에 비해 마라톤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온 사람들은
그리 많아 보이지가 않았다.

오늘의 마라톤 코스는 한국육상연맹에서 공인을 받은 코스라고 한다.
편도코스인데 화천의 북쪽 민통선지역인 풍산리 지점에서 출발을 하여
붕어섬에서 골인을 하는 21.0975km이다.

붕어섬 광장에서 스트레칭을 간단히 하고 대기해 있는 셔틀버스를 타고
출발지점으로 이동을 했다. 도착한 지점은 풍산리에 있는 군부대
연병장. 그곳에서 간단히 행사를 하고 또 음악에 맞춰 스트레칭을
하였다.

그리고 도로로 나와 출발신호를 기다렸다. 주위를 둘러보니 온통
산이다. 하늘을 보려면 고개를 뒤로 젖혀야 한다. 길은 계곡을 따라
나있고 산은 대열을 이루어 계곡을 형성하고 있다.

초연이 쓸고 간 깊은 계곡.... 깊은 계곡 양지 녁에....
비바람 긴 세월로 이름 모를..... 이름 모를 비목이여....

오늘 참가인원은 대략 500여명, 아마추어 최고수 여성러너 김은정님도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참가를 했으며, 런클에서는 손수돈, 김동훈,
조규화님이 지난 춘천 기업인 주최 마라톤 대회에 이어 함께 참가를
하여 우정을 돈독히 하였다.

런클의 차세대 주자 의정부의 참돌고래 구자영님이 힘찬 모습으로
출발을 기다렸으며, 고수 이선호님은 입상을 기대하는 모습이 얼굴에
결연하게 나타나 있었다.

드디어 출발총성이 울리고 러너들이 힘차게 달려간다. 벌써 선두를
이룬 10여명은 저만치 앞서가면서 러너들을 이끌었고 뒤따라가는
러너들 역시 빠른 발걸음으로 초반 자기의 페이스를 조절하면서
역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날씨는 더웠으나 바람은 시원했다. 달리는 주로는 약간의 내리막을
형성하였고 그 길은 계곡과 어울려 신선한 기분을 느끼게 하였다.
흐르는 물과 깊은 산 속에서 불어오는 솔바람과 더불어 러너들의
호흡소리도 점점 거칠어 질 때 2.5km 팻말이 보였다.

다른 대회에서는 볼 수 없는 정확하고도 확실한 거리표식이 버스
정거장의 팻말처럼 길옆에 장승처럼 자리하고 있었다. 분위기와
기분에 따라서 달린다고 했던가? 앞 주자를 따라 달리다가 나도
모르게 페이스를 오버하여 달리고 있는 게 아닌가?

5키로 미터 통과 기록이 18분 34초. 순간 이러면 안되지 하면서
속도를 제어했고, 호흡과 자세 또한 안정을 되찾기 위해 노력했다.
달리다가 내 앞쪽에서 달리고 있는 러너의 속도를 보니 내가
동반을 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그 러너와 보조를 맞추어
10키로 미터를 통과했다. 통과시간 38분 45초.

날씨가 더워서 인지 조금씩 피로해지기 시작했다. 그에 반해서
속도도 늘여지고.... 그래서 함께 달리던 러너와 거리를 두면서
속도를 늦추기 시작했다. 다시 호흡과 자세가 안정을 찾아가면서
앞에 달리던 러너와 거리를 좁혀 발을 맞추어 달렸다.

조금 전에 나와 동행한 러너는 그린넷마의 황중창님으로 하프최고기록
이 1시간 21분이며, 풀 코스 기록이 2시간 55분인 베테랑 러너였다.
그리고 지금 함께 달리는 러너는 첼린저 마라톤클럽 소속의 김은범님
으로 그 역시 1시간 22분의 하프최고기록을 갖고 있는 고수이다.

김은범님은 황중창님과는 다르게 달리기 자세가 가볍지 않았으며
보폭도 무척 커서 같은 피치로 달리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길지 않은 피치를 사용하여 가볍게 달리면서 자세를 부드럽게
이끌어 갔다. 김은범님과의 10키로 미터 지점에서의 만남. 이것은
무더운 날씨로 인하여 후반에 힘든 레이스가 예견된 것 이였는데,
동반자를 잘 만나 레이스를 만족스럽게 끝낼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와의 동반주가 흐트러진 것은 16키로 미터 지점이다.
그가 먼저 말을 건넸다. "이 속도로 가면 최고기록을 달성하겠지요"
내가 그의 최고기록이 얼마냐고 묻자, 그가 22분이라고 했다.
그래서 지금 페이스는 1시간 25분 정도 된다고 하자 그가 허탈한
표정을 지으며 오늘 기록내기는 다 틀렸구나.... 하면서 속도를
늦추었다.

나는 그 속도대로 달려왔고 그는 내 뒤를 따라서 줄곧 뛰었다.
그렇게 골인을 했다. 1시간 25분 12초. 나의 하프최고기록을 세운
순간이다. 오늘의 기록수립은 최고조의 대회코스와 동반자를 잘
만나서 얻은 결과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렇게 무더운 날 자기의 하프기록을 갱신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다. 그러나 이러한 조건에서도 기록갱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 쾌거이기도 하다. 이것은 나의 달리기의 생활화와 의지력에서
비롯된 것이기도 하지만 마라톤에서는 역시 좋은 조건이 뒤따라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회 코스, 날씨, 동반자 등등....

화천 하프마라톤 코스는 내가 달려본 국내의 어느 코스보다도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코스의 고저가 거의 내리막과 평지로
이루어져 있으며 언덕은 중간지점에 한 개가 있는데 그 길이도 아주
짧아서 가볍게 넘을 수 있는 언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여느 마라톤 코스와는 달리 숲속을 달리는 기분을 달리는
내내 느낄 수가 있다는 것이다. 출발지점부터 17키로 지점까지 길
양옆으로 병풍처럼 드리운 산들 사이로 달리게 되며 도로 옆에는
계곡의 청정한 물이 흐르고 있어 달리기 내내 산 속에서 불어오는
솔바람을 호흡하면서 달릴 수가 있다.

또 앞에서도 언급을 했지만 한국 육상연맹의 공인코스로 인정을
받은 코스이며 그와 걸맞게 거리표지가 버스정거장 팻말처럼
2.5키로 미터마다 세워져 있어 달리면서 자기의 구간 기록을 체크
하면서 페이스를 조절할 수가 있어서 좋다. 앞으로 하프기록갱신을
목표로 하는 러너라면 이곳에서 꼭 한번 달려보기를 권한다.

대회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내년에는 대회를 날씨가 무더운
6월이 아닌 봄이나 가을에 개최할 예정이라고 하니 사뭇 기대가
된다.

오늘 화천대회의 또 다른 특징은 급수 공급 이였다. 매 2.5키로 미터
마다 급수가 공급되었으며, 그것으로 부족한 러너들을 위하여 중간
중간에 자원봉사자들이 인라인 스케이트를 타고 러너와 동행하면서
물을 공급해 주고 있었다. 그래서 무더운 날씨 속에서도 그 다지 덥
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며 한여름의 마라톤 대회에서 이렇게 갈증
없이 달려보기는 처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참가종목을 하프코스와 5키로 미터코스 두 종류로 국한하여
대회의 운영이 효율적이였으며, 하프의 경우 선두 그룹들이
10km후미 주자들 때문에 레이스에 방해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한 점을 고려하여 종목을 특성화 한것은 화천대회를 성공적
으로 이끈 또 하나의 장점이라고 한다.

그리고 시내의 번잡함 대신 시 외곽으로 코스를 잡은 것은 시민들의
응원을 받을 수 없는 단점이 있지만,교통통제로 인하여 시민들에게
불편을 주지 않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마음껏 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코스 선정팀의 올바른 선택이였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다만, 골인하고서 물 외에는 주는 것이 없어 허기를 느낀 러너들에게
는 조금 불만스런 점이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 함께 달린 손수돈님은 1시간 26대의 기록으로 골인을 하여 점차
옛날의 감각을 찾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김동훈님은
아직도 옛 기량을 찾기 위해선 달리기를 위해 시간을 많이 할애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했다.

그린넷마 황중창님은 1시간 23분대로 골인을 하였으며, 포천의
이선호님은 1시간 21분으로 아깝게 7위를 하여 입상의 염원을
다음기회로 미루었으며, 참돌고래 구자영님은 자신의 기록을 2분
단축한 1시간 27분의 기록으로 골인을 하였다.

화천을 뒤로하고 서울로 가는 차안에서 호수와 어울려진 풍광을
보면서 마라톤 여행이 안겨준 즐거움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으며
내년에도 화천 비목마라톤 대회는 꼭 참가를 해야 되겠다는
다짐을 하게 되었다.

러너스클럽 천마산 김순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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