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자유게시판

행복한 마음, 신나는삶, 밝은 화천군에 오신것을 환영합니다.

조회수 254 작성일 2002-07-08 11:56:23
참여마당 > 자유게시판 > 상세보기 - 제목, 작성자, 내용, 파일, 제공
제목 한총련 이적성과 21세기
작성자 나도군민
내용
본 글은 강만길/ 상지대 총장, 전 고려대 사학과 교수께서 작성한 글입니다.

아래 화천군민 필명으로 한총련에 대하여 글 쓰신분 읽어 보세요.


남북 화해·협력을 지향하는 시대에 이적성이란 말이 거슬리지만, `한총련'이 현 실정법상 이적단체로 되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김영삼 정부 때 남북정상회담이 무산되고 조문문제로 남북관계가 극도로 냉각되었을 때 `한총련'의 평화통일운동은 적극화했고, 그 결과 1998년에 대법원은 그 제5기 의장 상고심 재판에서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확정했다. 이유는 “북한이 대한민국을 와해시키기 위해 선전·선동의 일환으로 내세우고 있는 대남 적화통일 노선의 주장과 궤를 같이 하는 내용을 주장했다”는 것이었다.

사법당국이 `한총련'을 이적단체라 규정한 것은 6·15 남북공동선언 이전이라는 점을 특히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총련'을 이적단체로 규정한 가장 중요한 근거는 6·15 선언 이전에 정부가 적화통일안으로 간주한 연방제를 주장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전 세계가 환영하고 지지한 6·15 남북공동선언은 남쪽 통일안인 연합제와 `낮은 단계'라는 단서를 붙인 북쪽 통일안 연방제 사이에 공통점이 있음을 명문화했다.

연방제통일안이 남쪽 사직당국에서 봐온 대로 적화통일안이냐, 세계사적으로 국가사회주의체제가 취약해저 가는 상황에서 북쪽만의 사회주의체제 유지책이냐, 실질적인 평화공존책일 뿐이냐, 20세기와는 다른 21세기적 통일방안이냐 하는 것은 앞으로 남북관계의 추이에 따라 규명되어야 할 문제라 하겠다. 다만 남북 한반도 주민은 물론, 세계인들의 큰 지지를 받았던 6·15 공동선언이 나온 뒤에는 남쪽 사직당국도 “연방제안은 곧 적화통일안이다”라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있을 일은 아니라 하겠다.

`한총련'은 6·15 공동선언 후 종래 주장했던 `연방제 방식에 의한 통일' 방안을 넘어 “6·15 공동선언을 통일강령으로 삼는다”하고, `미제 반대' 등의 표현도 강령에서 삭제했다고 한다. 남북 정부가 각각 상당한 기간 외교권·군사권·내치권을 그대로 가지는데 합의한 (`순수' 연방제와는 다른) “낮은 단계 연방제와 연합제의 공통점”을 근거로 한 6·15 공동선언 식 통일방안을 채택한 것이다.

우리 학생운동은 항상 시대적·역사적 요구에 능동적으로 부응해 왔다. `4·19 공간'에서 시작하여 군사독재시대까지는 반시대적 무력통일론 및 흡수통일론에 반대하면서 옳은 의미의 평화통일론을 수립하는 데 앞장섰다. 김영삼 정부 때와 같이 민간정부이면서도 평화통일정책이 벽에 부딪쳤을 때는 그것을 풀기 위해 몸부림치기도 했다. 6·15 공동선언에서 남·북 정부의 합의로 현실적 통일방안이 제시되자 종래의 `순수' 연방제 지지에서 한 걸음 물러서는 유연성을 보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분단된 민족 중 베트남은 전쟁통일 했고 독일은 흡수통일 했지만, 한반도의 경우 20세기에는 전쟁통일도 흡수통일도 되지 않았고, 통일문제는 21세기의 과제가 되었다. 21세기에도 20세기와 같은 전쟁통일 및 흡수통일 방법밖에 없을 것인지, 아니면 21세기적 방법이 새로 마련될 것인지 아무도 미리 단언하기 어렵다.

그런데도 한 가지 확실한 점은 있다. 20세기적 전쟁통일이나 흡수통일 인식에만 한정된 기성세대가, 21세기적 평화통일을 담당하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예를 들면 국가보안법은 분명 20세기 냉전시대의 민족인식 및 통일인식에 한정된 산물이지만, 통일은 이미 21세기의 과제가 되어버렸다. 앞으로 평화통일의 완성 과정을 담당할 세대는 국가보안법 같은 것을 만든 기성세대가 아니라 `한총련'과 같은 새로운 세대들이다.

일제시대와 분단시대밖에 살아보지 못한 20세기 인간 기성세대가 그 민족인식 및 역사인식에 한정해서 만든 국가보안법 같은 것으로 평화통일시대를 담당할 `한총련'과 같은 21세기 인간의 민족인식이나 통일방법론을 묶어두는 일은 불가능하다. 기성세대에도 그 불가능을 아는 경우와 모르는 경우가 있겠는데, 아는 경우가 더 우세할 때 역사는 순조롭게 흐르게 마련이다. `한총련'을 이적단체에서 풀 것인가, 묶어 둘 것인가는, 기성세대가 21세기를 내다보는 전향적 민족사인식을 가질 수 있는가, 그렇지 못한가에 달렸다고 하겠다.

강만길/ 상지대 총장, 전 고려대 사학과 교수
파일
댓글 쓰기
나도 한마디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