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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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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84 작성일 2002-09-07 01:2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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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원도지사가 드리는 수해복구 호소문
작성자 강원도지사
내용
도와 주시기 바랍니다


강원도지사 김 진 선



어느 날 갑자기 전국을 강타한 태풍「루사」.
우리 국민들의 기억 속에는「사라호」라는 이름이 남아 있습니다.
피해규모 등에서 유사이래 최대의 태풍으로 기록되어 있고, 이에 관한
시(詩)까지 나온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라호」당시엔 너무 어렸던 나에게,「루사」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해외출장 중에 긴급 귀국하여 강릉에 도착했을 때는 막 어둠이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아름답던 도시의 처절함, 그 참혹함을 어찌 말과 글로 표현이 가능할 수 있겠습니까?
신문과 방송을 통해 자세히 보도 되고 있지만, 전체를 조감하고 현장상황을 눈으로 보지 않고는 그 피해 실상을 짐작하기 어렵습니다.
두 눈으로 보고서도 믿기 어려울 만큼, 우리의 상상을 초월합니다.
강릉을 기준으로 관측한 기록이, 한 시간에 온 비의 양(時雨量)은 98mm, 1일 강우량 871mm였다고 합니다.
1년 내내 1300∼1400mm가 온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번 강우의 정도가 짐작이 갈 것입니다.
강릉기상관측소가 생긴 이래 1일 강우량 최대기록은, 1921년에 있었던 305.5mm였다고 하니, 그 세배에 가까운 비가 온 것입니다.
대관령을 비롯한 중마루에는 더욱 많은 비가 왔을 터이니, 산에서 흘러내리는 물은 마치 폭포를 연상케 하였을 것입니다.
산과 마을이 가까운 강원도의 지형적 특성을 생각하면, 산 위에서 폭포같은 세력의 물이 토사를 몰고 내려와 도시전체를 덮쳤을 것이니,「폭격을 받아 완전히 파괴됐다」고 표현해야 이해가 될까요?
피해가 대규모줄대량이고 천문학적인 재산손실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강릉, 동해, 삼척, 양양, 고성, 정선, 태백 등 백두대간 수계 어느 한 곳도 피해를 면한 지역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이 지역 사람들은 〈우리들만 적는(겪는) 것도 아니고···〉〈하늘이 하시는 일인데····〉하고 말하는, 순박하고 착한 사람들입니다.
비가 그치고 총괄지휘를 하면서 흙더미가 덮힌 상가 침수지역, 절해 고도가 된 고립지역을 걸어서 혹은 헬기로 정신없이 찾아 다녔습니다.
사람이 찾아와 준 것만도 고마워하던 노인들.
손을 잡고 눈물만 글썽이며 말없이 고개를 돌리시던 아주머니들.
그분들이 요구한 것은 엄청난 보상금도, 당장 집을 고쳐 달라는 억지도 아니었습니다.
〈가려움병에 걸렸으니 연고가 필요하다〉〈맨땅에서 잠을 자기 어려우니 스틸로폴이 있으면 좋겠다〉는 따위가 고작이었습니다.
나 자신이 목이 메이고 말이 안 나왔지만 안으로 안으로 삼켜야 했습니다.
가뜩이나 절망한 분들 앞에서 도지사마저 그런 모습을 보일 수는 없지 않습니까.
요 며칠사이 사실 몇 번씩이나 그대로 주저앉을 것 같은 한계를 느꼈습니다.
그 동안 적지 않게 어려움도 겪었고, 행정역량에 있어서는 제법 평가를 받으면서 자신감도 있었는데, 정말 심한 좌절감을 느꼈습니다.
지금 도와 시군이 최선을 다하고 있으나, 이것은 지방의 행정력줄재정력의 한계를 훨씬 넘고도 넘는 대 재난입니다.
벌써 일주일째 현장을 누비고 있으나, 흙먼지와 악취로 덮힌 시가지, 치워도 치워도 끝이 없는 흙더미와 쓰레기.
헬기공수가 유일한 고립지역.
마치, 어둠 속에서 빛을 찾아 헤매는 심정입니다.
모든 것을 빼앗긴 주민들도 복구에 안간힘을 쓰고 있으나 이제 정말 지쳐 가고 있습니다.
정부의 지원과 노력에도 한계가 있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습니다.
이럴 땐 민간에서 나서야 합니다.
어느 나라든 큰 재난 때에는 국민들이 일어섰습니다.
인근시도, 수많은 민간단체, 기업 등에서 봉사와 지원에 나서고 있어 정말 감사한 마음입니다.
그러나 장비, 인력, 생활물자 한가지도 아쉽고, 부족합니다. 그것도 지금당장. 무엇보다 소중한 것은 따뜻한 위로와 진심을 가지고 찾아와 주시는 자원봉사자들입니다.
그것이 피해주민들을 실의에서 구해낼 수 있는 유일한 힘입니다.
국민 여러분, 좀 도와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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