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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회수 1657 작성일 2001-05-27 06: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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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안장관 '3일천하' 뒷얘기
작성자 대한매일
내용
◎ 이름:대한매일
◎ 2001/5/26(토)

안장관 '3일천하' 뒷얘기

작성자 : 이상록 기자

‘충성문건 파문’으로 임명된지 불과 3일(43시간)만에 물러난 안동수 전 법무부 장관.지난 며칠간 언론에서도 워낙 크게 떠들어서 모르시는 분은 없겠죠?

이번 사건은 그 진위 여부를 떠나 가히 ‘충격적’이었습니다.‘가문의 영광’ ‘성은’ ‘목숨을 바칠 각오’ ‘정권 재창출’ 등 메모에 담긴 내용은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바람막이가 돼야 할 법무부 장관으로서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내용이었으니까요.막후에서 일어났던 뒷 얘기를 중심으로 상황을 재구성해 보겠습니다.

21일 오전 11시.청와대 박준영 대변인은 김정길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안동수 변호사를 임명하고,박순용 검찰총장 후임으로 신승남 대검 차장을 내정했다고 발표했습니다.안 장관 임명 소식에 대부분의 법조계 관계자들은 정말 뜻밖이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일부에서는 “호남 총장을 임명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호남 출신인 김정길 장관을 바꾸려다 둔 무리수”라는 비아냥도 흘러나왔습니다.

사실 법무부장관의 교체설은 지난 15일 김정길 전장관이 청와대 보고를 들어가면서 흘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그때까지만 해도 별 대과없이 업무를 수행해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김 전장관을 검찰총장 인사때문에 바꾸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거든요.그러나 이날 김 전장관이 차기 검찰총장을 비롯한 검찰 인사 구성안을 들고 보고를 들어가자 김대중 대통령은 “됐다.거기 놓고 가라.29일부터 해외(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반부패포럼)나 잘 다녀와라” 이렇게 얘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이 말을 앞부분 됐다.놓고 가라 부터 전해들은 사람들은 ‘장관이 바뀌는구나’ 이렇게 직감했다고 합니다.하지만 뒷부분 해외 잘 다녀오라 만 들은 사람들은 ‘검찰 총장 임명이 26일인 만큼 장관이 유임되는구나’ 이렇게 생각했던거구요.

장관은 이렇게 교체됐습니다.문제는 21일 오후 안장관의 변호사 사무실 여직원이 A4 2장짜리 문건을 서울지검 기자실로 보내면서 시작됩니다.

“어…야,이게 취임사야? 전화해서 맞는지 한 번 다시 물어봐!”

‘취임사 초고’를 보던 서울지검 기자들이 술렁이기 시작했습니다.“…가문의 영광인…대통령님께 목숨을 바칠 각오…정권 재창출을 위해…” 등등의 문구가 거침없이 씌여 있었기 때문이죠.기자들이 전화를 걸어 여직원에게 ‘작성자가 누구냐.이게 취임사가 맞느냐’고 수차례 물었지만 여직원은 “작성자는 안 장관”이라고 확답했습니다.

이때부터 난리가 났죠.이날 저녁 뒤늦게 안장관과 같이 일하는 이경택 변호사가 서울지검 기자실로 찾아와 “문건은 내가 썼다”고 주장했지만 엎지러진 물이었습니다.오히려 문건을 작성했다는 시간에 골프장에 있었던 사실이 22일 드러나면서 ‘조직적으로 거짓말을 시도했다’는 인상을 심어줘 안장관의 도덕성에 치명상을 입히는 결과를 초래했죠.파문이 확산되자 안장관은 결국 23일 오전 물러나고 맙니다.

검찰 간부들도 22일 저녁 ‘이미 물건너갔다’고 결론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검찰의 한 고위 관계자는 “명색이 법무부 장관이란 분이 문제가 생겼으면 조직 차원에서 대처할 생각은 안하고 순전히 혼자 생각으로 사건을 수습하려다 결국 이런 결과를 가져왔다”면서 “해프닝으로 끝날 수도 있었을 일을 스스로 키웠다”고 했습니다.

실제 검찰 관계자들은 21일 저녁 이경택 변호사가 서울지검 기자실로 온다는 소식을 듣고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된다.막아라”고 했지만 그 시간에 이 변호사는 이미 기자실에 도착해 있었다는 겁니다.이 변호사가 문건을 작성했다는 시간에 골프를 치고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에 보도된 22일 저녁 검찰과 법무부 관계자들은 밤샘 회의를 벌였습니다.특히 김각영 서울지검장은 이날 밤 10시쯤 다시 서울지검으로 돌아와 서울지검 간부들과 함께 사태 수습 방안을 논의했지만 결국 ‘장관 사퇴 밖에는 방법이 없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고위 공직자 임명시의 검증장치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다시 높아지고 있습니다.저와 친분이 있는 한 변호사는 “이번 사건은 검찰뿐 아니라 온 국민을 모독한 행위”라고 목소리를 높이더군요.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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